짐 캐리를 볼 때 우리가 먼저 떠올리는 건 커다란 표정입니다. 그런데 배우의 연기는 얼굴이 얼마나 많이 움직이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순간에 움직이고, 어떤 순간에 멈추는지도 중요하죠. 같은 대사라도 말한 뒤 곧바로 웃으면 농담처럼 들립니다. 반대로 상대를 바라보며 잠깐 기다리면, 대답을 원하는 말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관객이 받아들이는 감정은 대사 사이의 작은 차이에서도 달라지는 겁니다. 트루먼 쇼를 볼 때는 이 점을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우리는 짐 캐리에게 웃음을 기대하지만, 동시에 트루먼이 자기 주변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따라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익숙했던 일상이 점점 의심스러워지면서, 같은 미소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죠. 여기서 중요한 건 관객이 인물보다 무엇을 더 알고 있느냐입니다. 관객은 수상한 상황을 알아보는데 인물은 아직 모른다면, 평범한 대화에도 긴장이 생깁니다. 언제 알아차릴까. 알아차리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우리는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 배우를 볼 때는 웃긴 장면만 고르는 것보다, 웃음이 멈추는 순간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표정이 바뀌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고, 바뀐 뒤에는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거죠. 그렇게 앞뒤 장면을 이어 보면, 익숙한 코미디 배우라는 이미지 뒤로 인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도 다음 농담에서, 이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지로 조금씩 바뀌고요.